정품보다 먼저 등장한 갤럭시 S26 울트라 짝퉁, 직접 만져본 현실감
2026년 1월 초, 서울 용산 전자상가를 돌다가 한 상인의 말에 멈춰 섰다.
“갤럭시 S26 울트라 짝퉁이 벌써 나왔대요.”
언팩 일정도 잡히지 않은 시점이었는데, 이미 가짜가 존재한다니 처음엔 농담처럼 들렸다.
하지만 호기심이 앞섰다. 그래서 결국 직접 그 제품을 손에 넣었다.
박스를 받자마자 느낀 건 단 하나였다. 생각보다 정교했다.
전면엔 ‘Galaxy S26 Ultra’라는 글자가 번쩍였고, 하단엔 ‘Samsung Electronics Made in Vietnam’이 인쇄돼 있었다.
박스 질감은 이전 세대보다 조금 더 유광에 가까웠다.
옆면에는 음각으로 로고가 새겨져 있어서, 얼핏 보면 공식 출고품이라 해도 믿을 법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Madein China’ — 띄어쓰기 하나 없는 문장이 정체를 알려줬다.
아무리 흉내를 내도 어딘가 어색한 흔적은 남는 법이다.
겉모습만 보면 정품이라 착각할 정도였다
비닐을 벗기고 본체를 꺼냈다. 색상은 코랄.
작년부터 루머로 돌던 S26 울트라의 신규 컬러 중 하나였는데, 오렌지와 핑크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빛의 각도에 따라 금빛이 도는 오묘한 색이었다.
손에 쥐면 묵직했고, 차가운 금속감이 느껴졌다.
디지털 저울에 올려보니 220g 전후. 실제 루머에 언급된 정품 예상 무게와 거의 일치했다.
하지만 분해해보니 내부엔 얇은 납덩이가 들어 있었다. 무게감조차 연출한 것이다.
정품 S25 울트라와 나란히 놓고 보면 버튼, 카메라 위치, 포트 배열이 거의 똑같았다.
케이스를 씌워도 구분이 어려웠다.
다만 카메라 섬의 마감에서 티가 났다. 본체와 색이 살짝 어긋나 있고, 광택의 깊이도 달랐다.
디자인은 완벽하지만 세공의 정밀도는 확실히 떨어졌다.
전원을 켜자마자 드러나는 정체
부팅 화면에는 “Galaxy S26 Ultra 5G”라는 문구가 떴다.
순간 ‘정품인가?’ 싶었지만, 바로 이어지는 투박한 부팅 애니메이션이 모든 걸 말해줬다.
언어 설정, 와이파이 연결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전혀 달랐다.
지문 인식 메뉴가 비활성화돼 있었고, 삼성 계정 로그인 버튼은 눌리지도 않았다.
시스템 정보를 확인해보니 표기상 안드로이드 15, 램 12GB, 저장공간 1TB.
하지만 검증 앱으로 확인하자 실제로는 안드로이드 7.0, 램 3GB, 저장공간 25GB였다.
칩셋은 미디어텍 MT6753. 10년 전 보급형 기기에서 보던 이름이었다.
해상도도 1560×720에 불과했다.
겉모습은 최신기기인데, 속은 오래된 장난감 수준이었다.
카메라를 켜보면 최대 10배 줌까지 표시되지만, 실제로 작동하는 렌즈는 하나뿐이었다.
나머지 두 개는 가짜였다. 그냥 구멍을 막아둔 모형.
플래시도 하나만 연결돼 있었다.
내부를 열어보니 놀라운 디테일
분해를 진행하자 ‘I5315B’라는 모델명이 새겨진 보드가 나왔다.
날짜는 2025년 10월. S23 보급형에서 사용하던 메인보드 형태와 유사했다.
배터리에는 4,500mAh라고 표기돼 있었지만 실제 전압값은 3,560mAh 수준이었다.
외부에는 ‘5,000mAh’라 써놨지만, 실상은 절반 남짓이었다.
그럼에도 터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틱톡과 유튜브를 실행해봤지만 프레임이 자주 끊겼고, 삼성 스토어는 로그인 자체가 되지 않았다.
즉, ‘겉모습은 S26 울트라, 속은 2016년 보급폰’이었다.
왜 이런 짝퉁이 생길까
이런 복제폰이 빠르게 등장하는 이유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중국 심천 일대의 전자 생태계를 보면 이미 ‘복제’가 아니라 ‘예측 생산(Predictive Manufacturing)’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았다.
신제품 루머가 돌기 시작하면 공장들은 즉시 CAD 렌더링을 복원하고, 3D 모델링으로 금형을 만든다.
정품 도면이 없어도, 부품 공급망에서 흘러나온 단서 몇 개면 충분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외관은 출시 전 시점에 이미 완성돼 있고, 이후엔 남은 부품을 끼워 맞춰 가짜가 조립된다.
나는 예전에 심천의 화창베이 시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이 과정을 본 적이 있다.
유출 이미지가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벌써 새 스마트폰용 하우징이 진열돼 있었다.
S26 울트라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셈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정품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정품보다 먼저 만드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짝퉁은 단순한 모조품으로 끝나지 않는다.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로 통신망에 등록돼 판매된다.
브랜드 표기는 바꿔 놓지만, 소비자들은 “삼성 디자인을 닮은 저가 스마트폰”으로 인식한다.
결국 이런 구조가 수익을 만들고, 그 돈이 다시 예측 생산 체계로 흘러간다.
정품이 공개되기도 전에 이미 ‘짝퉁 생태계’가 완성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건 단순히 돈벌이 문제가 아니다.
너무 빠르게 퍼지는 정보,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의 유연성이 만든 시대적 현상이다.
공식 이미지 한 장만 떠도, 그 데이터는 순식간에 3D 파일로 변환된다.
디자인은 보호받기 어렵고, 복제는 더 빨라진다.
누군가에겐 범죄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합법적인 비즈니스다.
결국 이런 짝퉁은 삼성의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가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도 흥미로운 건 ‘디자인 예측력’이었다
이번 제품의 외형은 루머로만 알려졌던 S26 울트라의 예상 디자인과 거의 같았다.
카메라 배열, S펜 위치, 모서리의 라운딩까지 오차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코랄 색상도 실제 유출 정보와 일치했다.
이쯤 되면 단순 복제가 아니라, ‘정품의 형태를 미리 짐작하는 능력’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짝퉁은 한편으로 흥미로웠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제품의 외관을 실제 손에 쥐어볼 수 있는, 묘한 경험이었다.
물론 그 안에 담긴 건 납덩이와 오래된 칩이었지만.
결론처럼 남는 씁쓸한 생각
직접 만져본 S26 울트라 짝퉁은 완성도만 놓고 보면 놀라울 정도였다.
하지만 결국 껍데기뿐이었다.
겉으로는 최신 플래그십, 속으로는 구형 보급폰.
그 대비가 묘하게 상징적으로 느껴졌다.
정품 언팩보다 한 달 이상 빠르게 등장한 이 짝퉁은,
기술의 속도와 시장의 방향을 동시에 보여주는 물건이었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
나는 이 작은 복제품을 내려놓으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이게 단순한 가짜가 아니라, 어쩌면 미래를 미리 비춘 ‘예언서’ 같다는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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