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가전, 큰 게 무조건 좋은 줄 알았는데… 이사 다니며 깨달은 현실적인 교훈

결혼을 앞두고 혼수를 준비할 때면 누구나 마음이 커진다. ‘이번엔 오래 쓸 거니까 좋은 걸로, 큰 걸로 하자.’ 그렇게 시작한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팔아보고, 사보고, 또 살아보면서 깨달았다. 거거익선(큰 게 무조건 좋다), 이 말은 살 때는 맞는 것 같지만, 살면서는 꼭 그렇지 않다.
서울에서 19평형 빌라를 시작으로 34평형, 29평형 아파트까지 옮겨 다니며 느낀 건, ‘집은 바뀌는데 가구는 그대로 남는다’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집이 바뀌면 맞지 않는 가전이 생긴다

처음엔 그랬다. 도면을 펼쳐놓고 가득 채우는 게 멋져 보였다.
거실 벽면이 3m40이면 3m짜리 소파를, 그 옆엔 TV 장과 테이블을 빼곡히 채웠다.
그게 ‘완성된 인테리어’라고 믿었다.

하지만 다음 집으로 옮기자, 벽이 2m90이었다. 소파가 문턱을 가리고 튀어나왔다. TV는 걸 데가 없었다. 크면 클수록 ‘이사에 약한 물건’이 된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아이가 생기고 나면 기준이 또 바뀐다

TV는 처음엔 커야 시원했는데, 아이가 생긴 후부터는 다른 얘기가 됐다.
하루는 아이가 일어서다 TV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쳤다. 그날 이후로 TV를 치워버렸다. 큰 화면이 주는 만족보다, 위험과 불편이 더 커졌다.

침대도 마찬가지였다. 결혼 초엔 킹 사이즈가 꼭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자 분리 수면이 어려워지고, 결국 아이 침대랑 붙여 쓰느라 바닥형으로 바꿨다.
비싼 매트리스는 반값에도 못 팔고 내놨다. 누군가 그때 이런 말을 해줬다면, 큰 걸 사지 않았을 거다.

 

팔리는 물건은 따로 있다

팔아보면 안다. 큰 건 정말 안 나간다.
85인치 TV, 라지킹 매트리스, 코너형 대형 소파. 이런 건 반값을 붙여도 잘 안 팔린다.
엘리베이터에 안 들어가거나, 복도식 아파트에서 꺾이지 않아 진입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요즘 나는 선택할 때 ‘다음 집에서도 쓸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그게 오래 쓰는 길이다.

 

품목별로 생각해보면 달라진다

TV는 75인치까지가 현실적이다.
이 크기면 거실뿐 아니라 안방 벽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요즘은 이동식 스탠드형 TV도 많아졌다.
거실과 안방을 오가며 쓸 수 있고, 이사할 때도 부담이 적다.

소파는 3인용이나 3.5인용으로 충분하다.
3.5인용은 보기에도 밸런스가 좋고, 벽면 길이가 3m가 안 되는 집에도 잘 맞는다.
꾸미는 걸 좋아한다면, 1인 체어를 추가로 두는 편이 훨씬 낫다.
큰 소파보다 집을 가볍게 꾸밀 수 있고, 공간을 바꾸기도 쉽다.

침대는 킹 사이즈까지만 추천한다.
그 이상은 브랜드마다 규격이 달라 매트리스 교체도 어렵고, 프레임 호환도 잘 안 된다.
특히 라지킹 이상은 엘리베이터에 안 들어가거나 복도에서 꺾이지 않아 아예 못 넣는 집도 많다.
결국 큰 침대를 사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결국 남는 건 공간의 여유다

이사를 몇 번 해보면 안다.
큰 물건보다, 공간의 여유가 삶을 편하게 만든다는 걸.
집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때마다 짐이 줄수록 마음이 가벼워진다.

혼수나 이사 준비를 앞두고 있다면, “이게 얼마나 클까?”보다 “이걸 내가 옮길 수 있을까?”를 먼저 떠올려보면 좋겠다.
그게 진짜 합리적인 소비라고, 나는 살아보며 배웠다.

 

결국 ‘거거익선’이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그건 ‘변하지 않는 집’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다.
우리 대부분은 그렇지 않으니까, 지금의 공간과 다음 공간을 함께 떠올리며 선택하는 게 더 현명하다.
가전과 가구는 크기보다, 생활의 리듬에 맞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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