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세척기, 잘 쓴다고 생각했는데 다 틀렸더라
며칠 전 저녁이었다. 식기세척기 문을 열자마자 김이 확 올라오는데, 접시 바닥에 기름막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내가 “이거 세제가 문제인 거 아니야?”라며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때는 나도 답이 없었다. 분명히 고온으로 돌렸고 세제도 새 거였다. 그런데도 컵엔 물이 고여 있고, 큰 접시는 덜 닦였다. 괜히 다시 손설거지를 하다 보니 ‘대체 뭐가 문제일까’ 싶더라.
그날 이후로 식기세척기 구조를 제대로 들여다봤다. 내부 분사 날개, 회전각도, 물줄기 방향까지 세세하게 설계된 기계였다. 그러니까 결국 문제는 ‘배치 방식’이었다. 아무렇게나 넣으면 물살이 닿지 않고, 닿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세제를 써도 소용이 없는 구조였다.
그릇은 겹치면 안 된다, 약간의 틈이 성능을 좌우한다
가장 먼저 바꾼 건 ‘겹치지 않게 넣는 습관’이었다. 예전엔 공간을 아끼겠다고 접시를 포개듯 쑤셔 넣었는데, 그게 문제였다. 식기세척기는 분사된 물이 그릇 표면에 직접 맞아야 세정이 된다. 겹치면 그 부분은 물이 닿지 않는다.
그다음은 ‘기울이기’. 평평하게 눕힌 그릇엔 물이 고인다. 특히 밥그릇처럼 굽이 높은 건 세척 후 꺼낼 때마다 고인물이 다른 그릇에 쏟아졌다. 지금은 이런 건 하단 앞쪽에 넣어 아래로 물이 빠지게 했다. 작은 습관 하나 바꿨을 뿐인데, 그 이후로 컵 바닥에 물이 고인 적이 거의 없다.
수저는 방향을 바꿔 꽂아라
아이 있는 집이라면 수저 손잡이에 캐릭터 장식이 달린 제품 많을 거다. 그걸 그냥 꽂으면 바구니에 걸려 세척 중에 위치가 틀어진다. 나도 예전에 세척이 덜 되는 이유가 뭔가 했는데, 수저를 ‘반대로’ 꽂으니 해결됐다. 손잡이 부분이 위로 가면 걸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
도구류는 상단 바구니에, 밥그릇과 컵류는 중단에 넣되, 날개가 돌 때 걸리지 않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단 바구니에 냄비나 도마처럼 큰 걸 넣되, 자투리 공간은 그냥 비워두지 말고 얇은 도마를 살짝 세워 넣으면 된다. 세척력도 좋고 공간 효율도 높아진다.
실리콘 식기, ‘식품용’ 표기가 있으면 사용 가능
요즘은 실리콘 용기나 이유식 그릇을 함께 돌릴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식품용’으로 표시된 제품은 식기세척기 사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식품 안전 기준에 따라 고온 환경에서도 유해물질이 용출되지 않는지 시험을 거친다.
다만 아무리 기준상 안전하더라도, 양념이 묻은 어른용 식기와 함께 돌리는 게 찝찝하게 느껴질 수 있다. 우리 집도 양이 적을 땐 아기 용품은 따로 손세척을 한다. 만약 식기세척기에 돌릴 거라면 가벼운 실리콘 용기는 반드시 핀에 걸어 둬야 한다. 강한 물살에 뒤집히면 안쪽에 물이 고인다.
아무거나 넣으면 그릇도 세척기도 망가진다
이건 직접 겪어봐서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한 번은 나무 도마를 넣었다가 틀어지고 갈라졌다. 식기세척기 내부는 고온·고압이 반복되기 때문에, 원목은 구조적으로 버티지 못한다. 도금된 접시도 마찬가지다. 금색 테두리나 은빛 장식이 있는 제품은 몇 번만 돌려도 도금이 벗겨져 얼룩덜룩해진다.
코팅 프라이팬은 더 위험하다. 제조사에서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이라 해도, 실제로는 코팅 수명이 급격히 짧아진다. 나는 그 이후로 프라이팬만큼은 무조건 손세척으로 돌린다. 그리고 날카로운 칼이나 가위는 열에 노출되면 날이 무뎌지고 손잡이가 갈라지기 쉽다. 특히 고무 패킹이 있는 제품은 변형되기도 한다.
세제는 무조건 ‘식기세척기 전용’만 쓴다
식기세척기의 성능은 세제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젤형, 타블릿형, 가루형, 액상형까지 종류가 많지만, 나는 ‘린스 일체형 타블릿’을 가장 자주 쓴다. 세척력과 편의성 모두 안정적이다. 다만 식기 양이 적을 땐 가루형을 조금만 넣는 게 더 경제적이다.
일반 주방세제를 쓰면 큰일 난다. 거품이 너무 많이 발생해 기계 내부가 막힐 수 있다. 한 번은 급하게 일반 세제를 넣었다가 내부가 하얗게 거품 범벅이 되어 난리였던 적이 있다. 세제를 잘못 쓰면 고장으로 직결된다.
하얀 자국은 세제 잔여물이 아니라 ‘물 자국’이다
컵에 남는 하얀 얼룩을 대부분 세제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물속 미네랄 때문이다. 수돗물 경도가 높으면 물이 증발하며 자국이 남는다. 이럴 때 린스가 필요하다. 린스는 그릇 표면의 물방울이 맺히지 않게 해 건조를 돕는 역할을 한다. 오히려 세제를 많이 쓰는 것보다 린스를 추가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요즘 모델에는 연수 장치가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바닥 소금 투입구에 전용 소금을 보충하면 칼슘·마그네슘 성분이 중화되어 얼룩이 줄어든다. 작은 습관 하나가 결과를 크게 바꾼다.
주기적인 청소 없이는 아무리 좋은 기계도 무의미하다
식기세척기 안에도 필터가 있다. 음식물 찌꺼기가 쌓이면 물이 잘 빠지지 않고 냄새가 난다. 하루 한 번 이상 돌린다면 1~2주에 한 번은 통세척 코스를 돌려야 한다. 전용 클리너가 없으면 구연산을 한 스푼 넣고 고온 모드로 돌려도 된다.
단, 린스 투입구에 구연산을 넣으면 부식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날개 구멍도 가끔 확인해야 한다. 구멍이 막히면 물살이 한쪽으로만 퍼져 세척이 불균형해진다. 그리고 사용 후에는 문을 살짝 열어 두자. 내부 습기가 빠지면서 곰팡이나 냄새를 예방할 수 있다.
결국 식기세척기는 기계라기보다 ‘습관의 기계’였다.
겹치지 않게, 기울여서, 그리고 무리하지 않게.
요즘은 식세기가 다 끝난 후 문을 열면 그릇이 마른 소리를 내며 딱딱 맞물려 있다. 기름기 하나 없이.
그걸 꺼내면서 괜히 혼자 웃음이 났다. 결국 기술보다 중요한 건 사용자의 태도였다.
지금도 나는 세척기 문을 닫기 전에 꼭 한 번 날개를 돌려 본다.
잘 돌아가면 그날 저녁은 벌써 절반은 끝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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