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음악 시대, 인간 작곡가는 어떻게 살아남을까
AI로 만든 노래가 당연해진 시대다. 서울 시내 어느 카페에 앉아 있으면, 흘러나오는 배경음악 절반은 이미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이 작곡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그걸 불편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노래 좋다’며 플레이리스트에 담는다.
같은 AI라도, 영상은 다르다. 영상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무너질 때마다 사람들의 불안을 건드린다. 하지만 음악은 감정만 자극하면 그만이라, 정체가 드러나도 그다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AI 음악을 두고 벌어진 혼란의 현장
얼마 전, 한 공모전 심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주제는 해양경찰청 홍보 음악이었다.
그런데 심사장 분위기가 묘했다. 어떤 곡이 더 좋으냐보다, 이 노래가 ‘AI가 만든 것인가 아닌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누군가는 “이건 사람이 만든 것 같아요”라 했고, 다른 이는 “아니, 이건 딸깍 한 번이면 나올 소리예요”라며 맞섰다.
정작 음악의 완성도보다 ‘누가 만들었는가’가 더 중요한 이 기묘한 상황.
그리고 그 논쟁의 중심엔 ‘저작권 협회’의 입장이 있었다. 협회는 원칙적으로 AI가 1%라도 개입된 음악은 등록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백 곡이 쏟아지는 현실에서, 그걸 일일이 가려낼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 작곡가라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숨길 수 있다. AI로 만든 멜로디를 귀로 듣고 그대로 찍어버리면, 그것은 인간의 손을 거친 창작물이 된다.
미국은 다르고, 한국은 아직 조심스럽다
미국은 조금 다르다. AI가 전체를 만든 곡은 등록을 막지만, ‘도움을 준’ 수준이라면 저작권을 인정해준다.
크리에이터가 AI를 도구로 쓴 걸 죄로 보지 않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AI는 예술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선에서 멈춰 있다.
그러다 보니 산업과 제도의 간극이 점점 커진다.
작곡가들은 수노(Suno) 같은 툴을 안 쓰면 뒤처질까 두려워하고, 협회는 그런 음악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셈이다.
AI를 숨길 필요가 없어지는 시대
요즘 음악 플랫폼에는 ‘AI 뮤직 플레이리스트’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붙는다.
예전엔 사람들이 “AI로 만든 음악이래” 하며 피했지만, 이제는 그런 문구가 오히려 흥미를 끈다.
K팝 걸그룹풍 AI 노래들이 수노를 통해 쏟아지고, 댓글에는 “정식 음원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AI라는 단어는 더 이상 부정어가 아니다.
반면 영상은 그렇지 않다. 누가 진짜이고, 무엇이 조작인지 구분이 안 될 때 인간은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음악은 감정만 남는다.
‘이 곡이 사람 손에서 나왔는가?’보다 ‘좋은 노래인가?’가 더 중요하다.
이미 한 번 겪은 적 있는 논쟁, 그리고 수노 AI
지금의 혼란은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스플라이스(Splice)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그랬다. 샘플을 쓰는 게 작곡이냐, 아니냐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빌보드 차트 상위권 곡에도 스플라이스 루프가 들어가자 사람들은 말없이 받아들였다.
AI 음악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처음엔 거부감이 있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도구’로 인식되면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AI가 작곡가를 밀어내는 첫 번째 무대
광고 음악, 기업 로고송, 선거송, 유튜브 브랜딩 음악 같은 곳부터 빠르게 대체가 시작되고 있다.
이런 음악들은 감정보다 ‘효율’이 중요하다.
기한이 짧고, 비용이 한정돼 있다.
이럴 때 AI는 완벽한 해결책이 된다.
누군가가 몇 초 만에 “이마트 느낌으로 만들어줘”라고 치면, 바로 음원이 나온다.
이 시장에서 인간 작곡가의 자리는 이미 거의 사라지고 있다.
그래도 남는 영역이 있다
그렇다면 다 끝인가? 그렇진 않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
공연, 뮤지컬, 가창, 무대 위의 인간이 중심이 되는 예술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 사람이 거기까지 오기 위해 흘린 시간’에 감동한다.
로봇이 아무리 완벽하게 춤을 춰도, 우리는 인간의 몸짓을 더 오래 바라본다.
노래 역시 그렇다. 단순히 음정과 리듬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이야기를 듣기 때문이다.
이제 작곡가도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작곡가는 단순히 곡만 잘 써서는 버티기 어렵다.
AI는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멜로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살아남는 길은 ‘스토리’와 ‘브랜딩’이다.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음악을 써왔는지, 어떤 감정을 담아왔는지.
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자신만의 IP(지적재산)를 확보해야 한다.
작곡가가 이름으로 불리는 시대, 자기 곡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결국 남는 건 사람의 흔적이다
AI가 만든 노래가 아무리 완벽해도, 인간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음악은 오래 남지 않는다.
그 곡이 왜 만들어졌는지, 누가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를 아는 순간, 음악은 단순한 소리를 넘어 기억이 된다.
AI는 재현할 수 있어도, 살아온 시간까지는 복제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믿는다.
딸깍 한 번이면 곡이 나오는 시대에서도, 누군가는 여전히 피아노 앞에 앉아 멜로디를 흥얼거릴 것이다.
그게 사람의 본능이니까.
그리고 그 본능이 있는 한, 작곡가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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