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X에 FSD를 설치하고 느낀 서울 시내 주행의 현실적인 변화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FSD 설치 알림이 떴을 때, 사실 바로 실행하진 못했다. 업데이트가 유난히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자정 00시 30분쯤, 긴 설치 과정을 끝내고 첫 주행을 시작했다.
이상하게 그날은 졸리지도 않았다. 아무 데나 목적지를 찍고 서울 시내를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벽 3시가 돼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느낀 건 하나였다.
‘이거, 생각보다 훨씬 사람 같다.’

 

운전 경력 20년차보다 부드럽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놀랐던 건 급가감속의 부드러움이었다.
보통 자율주행은 살짝 끊기거나 붕 뜨는 느낌이 나는데, FSD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마치 노련한 운전자가 뒤에 탑승자의 커피잔을 신경 쓰며 운전하는 듯했다.

차선 변경도 달랐다.
기존 오토파일럿은 꺾이는 각이 어딘가 인위적이었는데, 이번 FSD는 타이밍과 각도 모두 자연스러웠다.
특히 진입 각도가 매끄럽게 이어지면서 승차감이 훨씬 좋아졌다.

과속방지턱도 인식이 정확했다.
튀어나온 방지턱뿐 아니라, 단순히 색만 칠해진 ‘가짜 방지턱’ 구간은 그대로 통과했다.
이건 진짜로 소름이 돋았다.

 

사람처럼 ‘양보’를 했다

엔드투엔드 방식으로 학습한 AI답게 상황 대처가 인상 깊었다.
좁은 골목길에서 공사 차량이 길을 막았을 때, FSD는 왼쪽으로 살짝 비켜서 자연스럽게 우회전했다.
트럭이 마주 오는 2차선 도로에서는 잠시 멈춰 기다렸다가 통행을 허용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이거였다.
차 한 대만 지날 수 있을 정도의 골목에서, 맞은편 트럭이 먼저 진입하자 FSD가 스스로 후진해 길을 터준 것이다.
그때 ‘아, 진짜로 교통의 흐름을 읽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행자에게도 지나치게 예민할 정도로 반응했다.
보행자 그림자가 보이자마자 멈춰 서서 기다렸고, 덕분에 한 행인이 고개 숙여 인사까지 했다.
그때 묘하게 웃음이 났다. 내가 직접 운전했어도 그렇게 했을까 싶어서.

 

서울 시내에서의 FSD, 생각보다 능숙했다

이틀 동안 서울 곳곳을 달렸다. 종로, 여의도, 강남, 마포까지.
놀라울 정도로 개입할 일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출근길 편도 1차로 구간에서도 정차 차량을 피해 매끄럽게 중앙선을 살짝 넘나들며 지나갔다.

다만 너무 ‘과감’할 때도 있었다.
끼어들기 구간에서 타이밍을 놓치면 좀 기다릴 줄 알았는데, 매드맥스 모드답게 틈을 파고들었다.
하필 그 뒷차가 또 테슬라라서, 괜히 비상등을 켜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완벽하진 않았다, 특히 서울의 ‘복잡한 구석들’에서

좋았던 만큼, 아쉬운 부분도 뚜렷했다.
가장 대표적인 건 차선 진입 오류였다.
명확히 직진해야 할 구간에서, 갑자기 우회전 차선으로 빠져버린 적이 있었다.
결국 한 바퀴를 돌아 같은 지점으로 다시 들어와야 했다.
두 번째엔 정상적으로 주행했지만, 그게 학습의 결과인지는 모르겠다.

시장 골목에서도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졌다.
보행자 안전을 중시하는 건 좋지만, 계속 엑셀을 살짝 건드려줘야 했다.
복잡한 신호 체계나 좁은 도로에서는 아직 완벽하다고 보기 어려웠다.

 

예상 밖의 허점, 드라이브스루와 지하주차장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 테스트는 다소 웃픈 결과로 끝났다.
입구를 지나쳐 다른 건물로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주문 구간까진 잘 도착했지만, 결제와 수령 구간에서는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여 개입이 필요했다.

지하주차장은 더 난감했다.
방향 표시가 분명한데도 출구를 못 찾거나, 내려가는 길을 올라가려 했다.
층을 내려갈 때마다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니, 아직 국내 지하주차장 데이터가 부족한 게 느껴졌다.

슈퍼차저를 찍고 갔는데도, 빈 충전기를 그대로 지나쳐 버린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아직은 ‘한국 도로’를 배우는 중이다

출근길 건널목에서 인부가 빨간 깃발로 수신호를 보냈는데, FSD는 그걸 인식하지 못했다.
과속카메라도 감지만 하고, 속도를 줄이진 않았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처음으로 내가 개입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주행 완성도는 꽤 높았다.
서울 시내라는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대부분의 상황에 대응했고, 주행 감각은 이미 사람 수준에 근접해 있었다.

 

결국엔 이렇게 정리된다

서울 시내 주행만 놓고 본다면, FSD v14.1.4는 “이미 실사용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도로의 특수한 요소, 특히 지하 구조물과 복잡한 진입로는 추가 학습이 필요하다.

아마 이런 데이터들이 쌓이면, 다음 버전에서는 훨씬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결국엔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미래가 오고 있다는 느낌, 단지 조금 낯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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