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는 변했는데, 헬멧은 왜 그대로일까 – 쇼에이 GT-Air 3 Smart를 보고 든 생각

바이크 기술은 달라졌는데, 헬멧은 왜 제자리였을까

요즘 이륜차 기술은 눈에 띄게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BMW나 두카티 같은 브랜드들은 이미 레이더 기반의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까지 넣고 있다.
변속도 자동화 흐름이 뚜렷하다. 혼다는 DCT를, BMW는 ASA 시스템을, 야마하는 자사 자동변속 장치를 양산 모델에 올리고 있다.

 

심지어 커넥티비티 기능도 자동차 못지않게 발전했다.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로 네비와 음악, 통화까지 연동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라이더의 바로 머리에 있는 장비, 헬멧만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이었다.

 

소음 억제, 공기역학, 무게 같은 물리적 성능은 계속 개선됐지만
전자 장비 분야는 몇 년째 큰 변화가 없었다.
스마트 헬멧이라고 해봤자 블루투스 오디오나 내장 카메라 정도가 전부였다.

 

왜 헬멧은 이렇게 느렸을까

이건 이유가 명확하다.
첫째는 규제 때문이다.
헬멧은 EC, DOT 같은 안전 인증을 통과해야 하는데,
여기에 배터리나 전자 모듈이 들어가면 충돌 시 폭발 위험까지 따진다.
조금이라도 불확실하면 통과되지 않는다.

 

둘째는 시장 구조다.
바이크 회사, 헬멧 회사, 통신 장비 업체가 전부 따로 움직인다.
이 셋을 완전히 통합한 시스템을 누가 주도할지 모호했다.

 

마지막으로는 책임 문제가 있다.
HUD가 시야를 가리거나 집중을 흐려 사고가 났을 때,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느냐가 불분명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시도를 미루고 있었다.

 

쇼에이가 움직였다, GT-Air 3 Smart

이런 흐름을 깬 게 바로 쇼에이(SHOEI)다.
그들이 내놓은 GT-Air 3 Smart는 단순한 투어링 헬멧이 아니라
HUD를 완전히 통합한 ‘스마트 헬멧’이다.

 

기본 모델인 GT-Air 3는 내장 선바이저, 정숙한 소음, 장거리용 통기성으로
투어링 헬멧 중에서도 안정적인 평가를 받는 제품이다.
이번에는 여기에 프랑스의 HUD 전문 기업 ‘EyeLights(아이라이츠)’가 손을 잡았다.
HUD와 오디오 모듈을 완전히 내장해, 헬멧 외형은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즉, 쇼에이는 “검증된 프리미엄 헬멧 기반 + 실제 상용화 가능한 스마트 시스템”을 결합한 셈이다.

 

눈앞 3미터에 떠오르는 정보들

이 헬멧의 핵심은 당연히 HUD(Head-Up Display)다.
이너 선바이저 안쪽에 나노 OLED 디스플레이가 내장되어
속도, 내비게이션, 전화, 음악 정보가 떠오른다.

 

라이더의 시야 기준으로 약 3m 전방에 정보가 보이도록 설계됐다.
즉, 계기판을 보기 위해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다.
눈동자만 살짝 움직이면 된다.

 

이 작은 변화가 체감상 꽤 크다.
시속 80km로 달릴 때 1초만 시야를 떼어도 20~30m는 그냥 지나간다.
HUD가 그 1초를 줄여주는 셈이다.
아이라이츠는 위험 상황에서 최대 32%까지 반응 시간이 단축된다고 밝혔다.

 

배터리, 통신, 그리고 사용성

배터리 사용 시간은 약 10시간.
배터리, HUD 모듈, 컨트롤러가 모두 쉘 내부에 들어가 있어서
외형은 일반 GT-Air 3와 거의 같다.

 

통신 기능도 생각보다 풍부하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마이크, 전용 스피커,
그리고 음성 명령 지원까지 갖췄다.
여러 대가 함께 통화하는 그룹 통신도 거리 제한 없이 가능하다.
심지어 타 브랜드 인터컴과도 연결된다.

 

이 정도면 단순히 ‘헬멧에 HUD를 붙였다’는 수준이 아니라,
바이크 인터페이스 자체가 머리 쪽으로 확장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가격과 인증이 남았다

다만, 기술적으로 완벽하다고 해서 곧바로 대중화되는 건 아니다.
해외 기준 가격은 약 1,199유로, 한화로 약 200만원대다.
일반 GT-Air 3의 두 배 수준이다.
5년 주기로 헬멧을 교체한다고 가정하면,
매번 이 금액을 지불할 만한 가치는 개인마다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국내 인증 절차다.
헬멧 자체는 유럽 기준 06 규격을 통과했지만,
HUD와 인터컴이 포함된 전자 장비이기 때문에
국내 전자파·안전 인증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
이게 지연되면 국내 출시가 늦어질 수도 있고,
극단적으로는 수입이 불가능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아직은 ‘쇼케이스’ 단계지만, 이 헬멧이 보여주는 방향성은 명확하다.
헬멧이 단순한 보호 장구에서 벗어나,
‘두 번째 계기판’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자동차가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클러스터로 변해온 것처럼,
이제 바이크도 머리 위에서 정보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돌아보면 결국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헬멧도 결국, 정보의 일부가 된다.”

 

HUD가 완전히 대중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GT-Air 3 Smart는 분명 새로운 시작을 알린 모델이다.
지금은 기술적으로 앞선 제품일 뿐이지만,
언젠가 이 방향이 표준이 될 날이 올 것이다.
그 변화의 첫 장면을 쇼에이가 열었다는 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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