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멈춰선 파이널 컷 프로, 크리에이터가 말하는 한계와 아쉬움
시작하며
파이널 컷 프로는 한때 ‘창작자들의 미래’라 불리며 영상 편집의 새로운 길을 열었던 프로그램이다. 빠르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초보자도 접근할 수 있는 구조 덕분에 많은 크리에이터가 선택했다. 그러나 14년이 지난 지금, 일부는 여전히 만족하지만, 다수의 전문 창작자들은 다른 툴로 떠나고 있다. 왜 이런 변화가 생긴 걸까?
1. 초창기 파이널 컷 프로가 주었던 기대감
첫 출시 당시 파이널 컷 프로 X는 편집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마그네틱 타임라인, 실시간 렌더링, 64비트 성능, 299달러의 가격, 그리고 비구독 방식은 기존의 복잡하고 무거운 편집 환경을 단번에 바꿔놓았다.
특히 “재미있는 편집”이라는 경험을 준 점이 컸다. 나도 처음 썼을 때는 작업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결과물 완성 과정이 덜 피로하게 느껴졌다. 할리우드 영화부터 유튜브 콘텐츠까지 폭넓게 사용되던 시기였다.
2. 14년 동안 멈춘 핵심 구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드러났다. 기능 추가는 있었지만, 핵심 편집 구조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 롤(Roles) 기능, 멀티캠, HDR, 색보정 개선 등 일부 업데이트는 있었지만,
- 클라우드 협업, 강력한 모션 그래픽, 고급 오디오 작업 같은 업계 표준 기능은 여전히 부족하다.
- AI 기반 기능, 실시간 팀 작업, 버전 관리 등 최신 편집 흐름과는 거리가 멀다.
그 사이 다빈치 리졸브는 무료 버전에서도 AI 편집, 색보정, 고급 오디오를 모두 제공하게 됐고, 어도비 프리미어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전체와의 통합을 강화했다. 심지어 캡컷조차 일부 기능에서는 파이널 컷보다 앞서 있다.
3. 크리에이터들이 떠나는 이유
내 주변에서도 규모가 커지면서 팀 단위 작업을 해야 할 때 파이널 컷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는 명확하다.
- 여러 명이 동시에 작업하는 협업 기능 부재
- 외부 그래픽 프로그램과의 원활한 연동 부족
- 버전 관리나 원격 실시간 작업 지원 부재
- 오디오 자동 믹싱, AI 기반 편집 등 편의 기능 부재
결국 초보자에겐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성장하는 창작자에겐 한계가 명확한 도구로 자리 잡았다.
4. 파이널 컷 프로가 되살아나기 위해 필요한 기능
만약 애플이 다시 크리에이터들의 마음을 잡으려면, 최소한 다음 기능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꼭 필요한 변화
- AI 자동 자막 + 그래픽 타이틀 생성
- 텍스트 기반 편집(대본에서 바로 컷 편집)
- 무음 구간·잘못된 컷 자동 제거
- AI 모션 트래킹·객체 제거
- 손쉬운 클라우드 협업과 버전 관리
- 개선된 키프레임과 애니메이션 툴
- 고급 색보정 툴 기본 탑재 + LUT 직접 추출
- 오디오 롤에 바로 효과 적용 가능
- 안정적인 AI 스마트 리프레임
- 데스크톱에서도 쓸 수 있는 음악 리믹스 기능
💡 있으면 좋은 변화
- 라이브 드로잉 기능(iPad 연동)
- 3D 카메라 트래커
- 필터·이펙트 전면 리뉴얼
- 아이폰·안드로이드 연동 편집 앱
- AI 어시스턴트 편집 도구(Gling 같은)
5. 애플이 놓친 기회
문제는 애플이 개발 로드맵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년에 한 번 정도의 대규모 업데이트가 나오지만, 대부분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블랙매직(다빈치 리졸브 개발사)은 업데이트 방향과 속도가 빠르고, 어도비도 유저 피드백을 반영한 개선이 꾸준하다.
애플이 맥과 아이패드, 비전 프로 등 강력한 하드웨어를 갖고도 전문 편집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확장하지 않는 건 아쉬운 일이다.
마치며
파이널 컷 프로는 여전히 입문자에게는 최고의 편집 툴 중 하나다. 하지만 장기적인 성장이나 팀 단위 작업을 생각한다면 다른 선택지를 고려할 시점이 왔다. 나도 단순한 브이로그나 개인 프로젝트는 파이널 컷으로 하지만, 대규모 작업은 다빈치 리졸브로 옮겼다.
결국, 애플이 다시 한 번 크리에이터 중심의 대담한 투자를 하지 않는 한, 파이널 컷 프로는 과거의 영광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건 조용한 안정성 개선이 아니라, 창작자들의 미래를 함께 그릴 수 있는 진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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